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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Catch Me If You Can> 뉴욕, 파리, 내면의 변화

by lifeuplab894 2025. 9. 1.

Leonardo DiCaprio movie &lt;Catch Me If You Can&gt;

 

<캐치 미 이프 유 캔 (Catch Me If You Can)>은 2002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실화 기반 영화로, 천재 사기꾼 프랭크 애버그네일 주니어의 인생을 따라가는 범죄 드라마입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추격극을 넘어서 공간의 변화를 통해 프랭크의 심리와 사회적 구조, 그리고 도망의 철학까지 드러냅니다. 본 글에서는 뉴욕과 파리를 중심으로 영화 속 공간이 가지는 상징성과 의미, 그리고 프랭크의 정체성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깊이 있게 분석해보겠습니다.

뉴욕: 자유와 욕망의 출발점

영화 초반, 주인공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뉴욕 교외의 중산층 가정에서 자랍니다. 그의 부모는 프랑스계 이민자로, 아버지 프랭크 시니어(크리스토퍼 워큰)는 자수성가형 사업가였지만, 세금 문제와 도산 위기로 인해 몰락합니다. 프랭크 주니어는 그런 아버지를 동경하고,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점점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믿게 됩니다. 하지만 부모의 이혼으로 가족이 붕괴되자, 그는 집을 떠나며 ‘도망자의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뉴욕은 프랭크에게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도시처럼 보입니다. 도시의 익명성과 빠른 변화는 그가 다양한 정체성을 위장할 수 있는 이상적인 공간이 됩니다. 파일럿, 의사, 변호사 등 그는 뉴욕과 미국의 도시들을 무대로 다양한 인물로 살아가며 수표를 위조하고 신분을 조작합니다. 이 모든 것은 뉴욕이라는 공간이 가진 ‘자유’의 특성과 맞닿아 있습니다.

뉴욕은 그에게 꿈을 줄 수 있었던 곳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정상적인 삶’의 무대이기도 합니다. 프랭크가 늘 동경했던 것은 단지 돈과 명성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있는 평범한 일상입니다. 그러나 그 일상은 뉴욕의 화려한 빌딩 숲 속에서 점점 멀어지기만 합니다. 그래서 그는 끊임없이 도시를 떠나고, 정체를 바꾸며 자신이 속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 헤맵니다.

결국 뉴욕은 프랭크에게 ‘출발점’이자 ‘갈 수 없는 목적지’가 됩니다. 이 모순은 프랭크라는 인물의 내면을 가장 잘 드러내는 설정이며, 그가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벗어나 세계로 도망치는 이유를 심리적으로 설명합니다.

파리: 도망의 끝과 현실의 회귀

영화 후반, 프랭크는 프랑스 파리 외곽의 작은 마을에서 체포됩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도주 끝의 체포’가 아니라, 영화 전체의 구조에서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뉴욕에서 시작된 도망은, 유럽이라는 타지에서 완전한 고립과 체념의 형태로 끝을 맺습니다.

프랭크가 숨었던 파리는 그가 어릴 적 부모의 추억이 깃든 장소이기도 합니다. 그의 부모는 프랑스계였으며, 아버지는 늘 프랑스에서의 삶을 이상적으로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가 파리에 도착했을 때, 그곳은 더 이상 로맨틱한 공간이 아닙니다. 축축한 인쇄소 지하에서 수표를 위조하고, 병든 얼굴로 도망자의 삶을 이어가는 프랭크의 모습은 자유를 향한 여정의 종말을 보여줍니다.

파리는 프랭크가 숨을 곳이 없어진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는 스스로 무너지고, FBI 요원 칼 핸래티(톰 행크스)에게 체포되며 현실로 끌려옵니다. 파리는 그래서 ‘끝’의 상징이며, 동시에 프랭크라는 허상의 해체를 의미하는 장소입니다. 프랭크는 더 이상 파일럿도, 의사도 아니며, 단지 누구도 아닌 자신으로 되돌아갑니다.

이 장면에서 스필버그는 프랑스의 축축하고 어두운 지하 공간을 통해, 프랭크의 심리를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조명은 차갑고, 색감은 거의 흑백에 가깝습니다. 카메라는 프랭크의 피폐한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잡으며, 관객에게 현실의 무게와 진실의 냉혹함을 전달합니다.

공간의 대비가 보여주는 내면의 변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수많은 도시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공간 자체를 단순한 배경이 아닌 프랭크의 감정과 정체성의 은유적 장치로 활용합니다. 뉴욕의 넓고 빠른 공간은 가능성과 자유를 상징하지만, 동시에 외로움과 불안을 동반합니다. 반면 파리는 낭만적 공간처럼 보이지만, 프랭크에게는 더 이상 이상이 존재하지 않는 폐쇄된 공간입니다.

프랭크는 뉴욕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변장하고, 도망치고, 새로운 사람처럼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 모든 정체성은 일시적이고, 결국은 현실을 피하기 위한 허상에 불과합니다. 반면 파리에서는 더 이상 변장할 수 없고, 도망칠 곳도 없습니다. 그의 내면은 더 이상 거짓을 감당할 수 없게 되었고, 결국은 ‘진짜 자신’과 마주하게 됩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 과정을 통해 정체성과 공간이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를 매우 정교하게 묘사합니다. 프랭크가 각 도시에 있을 때 보여주는 의상, 얼굴의 표정, 카메라의 앵글, 배경음악까지 모두 그가 어떤 심리 상태에 있는지를 반영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순한 범죄 실화가 아닌, 한 소년이 어른이 되는 성장 드라마이자, 현실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여정을 그린 작품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단순한 FBI와 사기꾼의 추격극이 아니라, 공간과 감정이 결합된 내러티브 영화입니다. 뉴욕은 자유와 가능성을, 파리는 현실과 해체를 상징하며, 두 도시는 프랭크의 삶을 입체적으로 만들어줍니다. 영화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진정한 자아란 무엇인가를 묻습니다. 아직 이 작품을 보지 않았다면, 지금 바로 감상해보시길 추천합니다. 그가 뛰어다녔던 도시들 속에서 당신 자신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릅니다.